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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생각의 변화

등록일 2020년05월01일 02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저씨 손에선 바람 소리가 나는 듯했다. 제대로 보지도 않으면서 빠르고 정확하게 활자를 뽑아냈다. 문선공(文選工)이라고 했다.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어릴 적 견학 간 신문사 기억이다.

 

강산이 한 번 반쯤 바뀐 후 문선공은 사라졌다. 활자를 뽑아 식자(植字)한 판으로 인쇄하지 않았다. 현상액을 바른 얇은 알루미늄판이 대신했다. 이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해당 업무 담당자들은 다른 업무를 맡거나 회사를 떠났다. 없어진 직업은 너무 많다. 타자수와 함께 말하는 이와 거의 같은 속도로 받아적는 수필 속기사도 찾아볼 수 없다. 당시에는 없어지지 않을 전문직으로 여겨지던 일자리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 펴낸 ‘4차 산업혁명 미래 일자리 전망’ 보고서는 생산·제조 관련 단순종사원, 의료진단 전문가, 창고작업원, 계산원, 운전기사 등이 위기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은 화이트칼라를 위협하고 있다. AI가 10년 안에 경찰관, 변호사, 판검사, 의사, 교수, 기자의 핵심 역량을 절반 이상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하는 학자들이 많다.

 

민간 독립 싱크탱크 ‘LAB2050’은 3월 전국의 만 18~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 인식 조사 결과를 지난 27일 발표했다. 모호한 정규직 정의에 따른 혼란을 짚어보고 사람들의 인식과 용어·개념 정리를 위해 실시한 조사였다. 사람들은 정규직을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했다(응답자의 82.6%).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고, 승진·복지 등에서 차별받지 않으며, 지속적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정규직, 좋은 일자리라고 답했다.

 

눈에 띄는 조사 항목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 변화였다. 프리랜서 또는 1인 사업자에 대한 긍정 비율이 80.6%로 나왔다. ‘하루 4~5시간 동안만 일하는 것’(71.9%) ‘투잡, N잡 등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70.2%) 등에 대한 긍정 비율도 높았다. ‘1년 중 1개월은 쉬는 형태로 일하는 것’ ‘주3일 또는 4일만 일하는 것’ ‘직장의 필요에 따라 1년 중 몇 달 정도 야근을 하고, 나머지 몇 달 동안은 그만큼 단축 근무를 하거나 1~2개월 동안 유급휴가를 받는 형태’에 대해서도 70%에 가까운 응답자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노동 없는 미래(Why the Future is Workless)’를 쓴 호주의 정치철학 박사이자 칼럼니스트인 팀 던럽 박사는 노동을 기계에 넘겨주고 사람은 자유롭게 다른 활동을 하는 삶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질 나쁜 일자리를 갖고 있다며 일의 가치, 좋은 일자리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무조건 제공하는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했다. 지난해 미국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벤처사업가 앤드루 양은 저서 ‘보통 사람들의 전쟁’에서 월 100만원(연간 1만5000달러)의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월 한 달 사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5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직 근로자 수도 줄었다. 돈이 돌지 않고 고용 불안이 확산되자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했다. 재난기본소득을 사용하면서 숨통이 트인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5월에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된다.

 

코로나19는 양극화, 불평등, 저질 일자리 등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아주 쉽게 드러냈다. 새로운 실험까지 시켰다. 이제 20세기 자본주의와 산업화,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 시스템을 설계할 때다.


[출처] - 국민일보

 

전재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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