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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틈새 방역

등록일 2020년06월22일 14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몇 년 전 취재했던 서울중독심리연구소가 길거리 음악 방송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13년 동안 상담실에서 내담자를 대하던 연구소가 왜 거리 활동에 나서려는지 궁금했다.

 

김형근 소장은 전화 통화에서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외롭고 공허한 마음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꽤 많다”면서 “하지만 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이는 드물다. 우리가 직접 나가서 위로해 주고 회복을 돕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팀이 꾸려지는 대로 1주일에 한 차례씩 광장 등에 나가 행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희망의 메시지’도 함께 전할 계획이다.

 

외로움에 관한 김 소장의 진단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2019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니 국민 5명 가운데 1명꼴(20.5%)로 ‘외롭다’고 느끼고 있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4년 이후 매년 비율이 줄었는데, 지난해에는 전년도보다 4.5% 포인트나 늘었다. 김 소장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 상당수는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야’라고 여기는 특징이 있다”면서 “그렇게 생각할수록 자신을 더 고립시키는 경향이 있고, 우울증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는 어떨까. 사회적 거리두기는 활동 반경을 집안으로 묶어놨고, 이 때문에 종교·문화·모임 활동은 뜸해졌다. 산업·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직장마저 잃은 이들은 또 다른 종류의 외로움, 사회적 고립감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부작용이 제시됐다. 만남과 소속감을 통해 개인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지지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경제적 스트레스까지 합쳐지면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실질적 가장이 많은 40~60대 중장년층이 코로나19로 직장을 잃게 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소속감을 잃게 된다”면서 “여기에다 동문회 등 각종 대인관계가 단절되면서 공동체에서 밀려났다고 느낄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감염 경로 파악이 안 되는 ‘깜깜이’ 확진자가 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시행되고, 보건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긴박한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틈새 방역’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코로나와 싸우는 사이 맞닥뜨린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병’도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신체 감염만 예방하느라 정신·정서적 건강에는 소홀해진 면이 없지 않다. 눈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짧은 시간에 얼마나 나빠졌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틈새 방역엔 경제적 스트레스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통계청 조사에서는 월 소득 400만원 미만인 경우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사회적 고립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고된 올해 상황을 감안하면 이미 가계가 겪고 있는 경제적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이다. 일례로 실물경제와 금융 간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만 봐도 그렇다. 이쪽에서는 일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데, 저쪽에서는 여윳돈 굴리느라 주식시장만 호황을 맞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자칫 빈부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 코로나가 휩쓸고 있는 지난 5개월여 동안 국민들 마음도 이래저래 생채기가 많이 난 것 같다. 국민들 마음을 달래주는 틈새 방역도 필요한 때다.


[출처] - 국민일보

박재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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